대폭발의 원인에 대한 질문들은 쉽게 묵살될 수 있습니다. 대폭발이 시간과 공간 그 자체를 창조했기 때문에, 그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주론자들은 계속 이에 대해 생각했고, 결국 그중 몇몇 이론들은 검증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포스팅인 대폭발 이전에 관한 글과 관련 있는 내용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급팽창 이론
무질서한 급팽창의 한 가지 부작용은 많은 거품 우주들이 초기에 죽어 버린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그것들의 물리법칙을 지배하는 기본 상수들이 잘못 조합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우주만이 상수들이 제대로 조합돼 있어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번성했으며, 그 결과 우리 우주 외부의 다른 거품들의 숫자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제한적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우주론자들에게 있어서 무질서한 급팽창은 급팽창 이론이 과학적 이론으로서 타당한지 의문을 던집니다. 만일 무질서한 급팽창이 무한한 수의 서로 다른 우주들을 만들어 낸다면, 급팽창 이론이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방식을 설명한다는 게 훨씬 덜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2. 진동 이론
진동 이론은 과거 소비에트 우주론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의 업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1920년대 우주의 팽창이 발견되기도 전에 그것을 예측한 과학자입니다. 프리드만은 '진동하는 우주'를 주장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대폭발은 '대수축'이라고 불리는 이전 우주의 붕괴로부터 나타납니다. 이와 대체로 유사한, 루프양자우주론은 루프양자중력 이론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이 루프양자중력 이론은 중력을 우주의 다른 기본적인 힘들과 결합시키려는 몇몇 시도들 중 하나입니다.
루프양자우주론에서는 시공간 자체가 양자화되어 있습니다. 즉 시공간 자체가 작은 1차원의 단위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것들이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물체들이 운동합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질들과 상관없이 하부구조의 팽창을 통해서 성장하고 동일한 시공간 단위들이 다시 오그라들면서 수축합니다. 각 양자 단위 안에서의 물질들이 임계밀도에 도달하면, 시공간은 다시 튕겨 올라 팽창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진동이 시작됩니다.
3. 브레인들이 충돌할 때
1990년 이후 끈 이론에서 발전된 '순환 우주'라는 이론이 명성을 얻었는데, 이는 우주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차원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모든 것의 이론'입니다. 캐나다 페리미터 연구소의 닐 튜록과 프린스턴의 폴 스타인하트 같은 우주론자들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단일한 4차원의 시공간인 '브레인'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는 다른 유사한 브레인들과는 미세하지만 건널 수 없는 틈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순환 우주 이론은 대폭발이 이러한 브레인들의 충돌에 의해 수조 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이 이론은 이전의 텅 빈 우주를 평탄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급팽창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 이론들 중 몇몇은 배경복사의 정확한 측정을 통해서 검증될 수 있습니다. 무질서한 급팽창 이론은 다른 거품 우주에서 나와서 우리 우주에 침범하는 숨길 수 없는 신호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반면, 전통적인 급팽창 이론과 순환 우주 이론은 평탄화 국면 동안 강한 중력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이 강한 중력장은 배경복사 위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우주론자들은 2009년 발사된 유럽 우주국의 플랑크 탐사선과 같은 배경복사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들이 이 질문을 해결해 주거나, 적어도 어떤 옵션들을 제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